잡문

가을 10월의 마지막 날에

양각산 2013. 11. 1. 09:12

시월의 마지막날 31일에 집식구는 동해안으로 나들이를 떠났었다.

어쩌면 내겐 호젓하고 여유로운 시공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어떻게 보낼까? .......

산은 어제 갔다 왔으니 됐고, 막걸리도 그제 제법 먹었으니 그렇고 ..... 그날 29일에 종합검진을 받았었는데, 위가 염증이 있고 간에 출혈이 보인댔었던가,

고지혈에다 콩팥에는 결석이 있고 등 등 ..... 술을 줄이랬는데 .......

아는 이 몇에게 전화했었으나 퇴짜를 맞았다.

에이! 시골에 계신 형님을 찾아 점심이나 해야겠다며, 전화 드렸더니 콩타작을 해야한다며 못 내려오게 하신다.

일이라도 도와 드려야 마땅한데, 심신이 허약한 나는 육체적인 일이라면 싫은 게 아니고 염증을 느낄 정도니 갈 수 없고 ......

이거, 집사람과 있는 게 훨씬 낫겠구나 싶었다.

 11시 넘어, 퇴짜 놓은 한 이가 뿌리 공원 시설에서 노래교실이 있는데 오지 않겠냐는 전화가 왔었다.

그 곳에서 점심도 판다며 나오라 한다. 회원이 아닌 사람도 와도 된다며 .....

그는 나와 산에도 다녔었고, 밤도 주우려 몇 번 갔던 동갑내기 아줌마다.

처음 만났을 때 5십대라 속였었는데 내가 눈이 무뎌 그만 속고 지내다가, 두어해 전에 그의 이실직고를 통해 해방둥이임을 알았었다.

한참 아래라 했기에 나는, 반말 상대로 여겨 하대해 왔었다. 

그러나 갑자가 말투 고치기도 그렇고, 또 나보다 너댓 달 뒤에 태어났다 했으니 동생은 동생이라며 존대말은 안 쓰는 관계다.

 

 그제서야 세수 하고, 월말에 내는 신문대도 은행에 가 납부하고, 뿌리공원에로 버스로 갔었다.

성씨가 연씨인 그의 마중을 받으며 지하식당에서 점심을 했었다.

그녀는 이미 먹은 후였다며 식권을 사 주었고, 그가 언니라 부르는 이가 커피도 사 줘 한 잔 마셨었다.

12시 30분에 대강당에 들어가니 50여 명이 와 있었고, 끝날 때쯤 뒤돌아 보니 200명은 되지않나 싶었다.

둘러보니 나보다 다들 연세가 들어 보였었다.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이들도 많았었다.

노래강사님의 노래지도로 노래 부르기도 재미 있었고, 구수한 입담도 들을 만했었다.

 2부 공연이 있었는데 보지 않고 우리 둘만 나왔다.

오늘이 연춘자님 생일이란다.

그의 집에는 지금 생일 준비로 두 며느리가 분주하단다.

그래도 생일 날 만났으니 막걸리 한 잔은 사야겠기에, 막걸리 안 파는 은하식당에 가서 막걸리를 사 오게 해, 조촐한 생일턱(?)에 축배를 들었었다.

원 막걸리 중짜리를 한 잔 빼고 내 다 마셨더니 취기가 도도했었다.

 

 아마 네 시는 되었을 것이다, 우리 아파트 경내에 들어섰을 때가.

경내 풍광이 그림 같았다.

단풍도 좋고 날씨도 상쾌하고, 서녘에 있는 태양도 밝고, 가을하늘은 왜 이리 맑던가!

집에 가 디카를 들고 나와, 주책을 떨었었다.

...........

 

 

 

 

 

 

 

 

 

 

 

 

 

 

 

 

2013년 11월 1일

10월을 다 보내고 11월을 맞았다.

10월의 마지막 날의 이 호사를 내 어쩌랴! ...........

다음 날, 한참 훗날에도 이런 감흥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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