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매산모 이야기

양각산 2013. 9. 30. 14:12

 

 2013년 9월 29일 대전둘레산길잇기 9주년 기념 힐링 등반대횟날 일이다.

오전9시에 1부 의식행사를 끝내고, 10시쯤에 빈계산~금수봉을 찍고 한밭대운동장으로 돌아오는 등반길에 올랐었다.

오백여 명의 신청이 있었으나, 전날부터 계속 내리는 비로 불참하는 이도 많았겠지만 3백은 훨씬 넘었지 않았나 싶었다.

접수 창구에서 보조일을 돕다가 산행길에로 나섰었다. 안내지기인 나로서 산행에 안 나설 수도 없겠지만 내게는 산행이 앙꼬이니 .......

남은 안내기가 있어 잡아드니 대전둘레12구간 기였었다. 가을비로서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었다.

 

 

 

 빈계산을 밟고 잠시 휴식 후 금수봉으로 진행했었다.

 

빈계산과 금수봉 안부 네거리에 산행대가 머뭇거리고 지체해 있었다. 비는 폭우는 아니지만 계속 쏟아지고 있으니 모두는 금수봉 가기를 꺼려하고

있는 듯싶었다. 금수봉 쪽으로 너댓 명만 가는 듯싶었다.

         

나는 당연히 금수봉으로 가려니 하고 금수봉 쪽을 향하려는데, 산행 총책 개똥님이 내게 다가와, 금수봉으로 다섯 분이 올랐으니, 그들을 안내하란다.

쾌히 OK하고 뒤를 좇아 금방 따라 잡았었다.

 그들은 5명이었고, 두 팀이었다. 한 팀은 남녀로 어떤 산악회 회원들이었고 다른 한 팀은 셋의 여성 산꾼이었다.

이 셋의 산행 모임이 있었으니, '매산모'라 했었다. 매일 산에 가는 모임의 약자랬다 했었다.

일요일까지도 산에 간다 했었다. 비록 그네들 뒷산 구봉산이었지만, 그래도 감격이었었다.

 금수봉에서 한 팀이 고집을 피웠다. 금수봉 삼거리로 해서 수통폭포를 보겠다 했었다. 그곳은 공사로 통제한다 해도 안내지기의 말을 안 듣는다.

여산꾼이 계단을 싫어하는 듯싶었다. 그러면 내 어쩌랴. 그들 둘이 호젓이 다녀서, 행사장에 올 것만 당부했었다.

 이제는 양각산과 여산꾼 셋만이다. 많은 아야기를 하며 내려 왔었다.

사는 데는 어디?

구봉산 밑 느리울아파트.

본디 대전 사람이었나?

하나는, 영동. 영동 어디? 용산. 용산 많이 들어봤는데 어디? 영동IC가 용산면. 음 음.

또 하나에게, 친정이 어디? 서천. 서천 어디? 서천요. 음 서천 읍내! 셋 중에서 가장 도시이군.

서천여고 나왔겠네? 아니 어떻게 서천여고를? 내 친구 하나가 여천여고에 근무했었어. 류** 선생 알아? 모르겟네요. ......

마지막에게도 물었엇는데, 논산 어드메라 했었는데, 벌써 까먹었다.

 내가 닉이 무어냐 물었었다, 매산모라 했었다.

아니 산악회 이름 말고, 산 다니는 사람들은 본명 말고 다른 이름이 있어.

내 본명은 있지만, 내 가슴팍의 패찰 양각산을 보이며, 이게 내 닉여.

산꾼들이 쓰는 닉네임을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이들은 산행의 왕초보, 아니 순수 산꾼임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오히려 정이 더 갔었다.

그리고, 닉에 관한 다양한 말을 들려줬었다. 산행 총책의 닉은 '개똥', 오늘 음식 총책은 '국화', 등등등을 .....

한 사람이, 아아! 아까 등록할 때 이름들이 별스러웠었는데, 그래서 그랬구나! 했었다. 모두들 유쾌하게 히히낙낙하며 산길을 내렸었다.

내가 그들에게 닉을 짓자고 제의했고, 그들은 어떻게 짓냐 물었었다.

고향과 연계하기도 하고, 꽃이나 동물 등 동식물 이름으로 짓기도 하고, 자기의 관심사나 꿈 등으로 짓기도 하고, .........

그 중 가장 나이적은 이-초딩 3학년 어머니-가, 전 '애기똥풀'로 하겠다 했었다. 국화라는 이름에서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내 갑자기 놀랐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내가 만약 어디에서 만나 '애기똥풀'이라 불러도 괜찮겠어 했었다. 그래도 좋다 했었다. ㅎㅎㅎ

서천이 고향인 이는 수선화를 좋아한다며 '수선화'로 했었고, 영동 용산이 고향인 여인은 한참 후에야 '코스모스'를 고르며 제가 코스모스 닮지 않았냐 했었다.

훌쩍한 키에 가녀른 몸매가 그럴 듯했었다.

 

 한밭대인조잔디축구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한 시 였었다.

모두들 2부 행사-식사를 끝내고, 3부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었다.

 

'매산모' 셋은 4부 행사(행운권 추첨)까지 지키고 있다가 갔었다.

'애기똥풀'님만 핸폰 충전기 하나만 당첨 됐고, 둘은 빈손이었었다.

그러나 3 4부 행사까지를 적극적으로 누리고 갔었다.

 

내가 여산꾼 누군가에게 닉을 물었을 때, 자기 가슴에 달린 명찰 패를 내게 디밀었었다.

아니 이런 거 말고, 이건 본명이고 .....

'양각산'은 내 고향 금산의 부리면에서 가장 높은 산이야. 그래서 양각산을 내 닉으로 삼았어. 순수한 여인네들과 대화들이 지금도 아른거린다.

함께한 애기똥풀, 코스모스, 수선화(나이 순으로)님 함께해서 즐거웠습나다.

애들 대학에 다 들여보내고 '대전둘레산길잇기'에 나와주길 바랍니다.

 

'매산모'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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