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술자리에서 들은 얘기

양각산 2012. 6. 3. 17:13

 

 오늘(5월 6)은 가정의 달 오월의 첫 일요일이다.

 4일에는 태권이와 홍기 셋이서 당구 후에 서영석을 불러내어 술한잔했었고,

 어제 5일에는 아들딸 며느리 사위 데리고 시골 형님네 다녀왔으니, 오늘은 느긋하게 집에서 있어도 괜찮다 싶었다.

 TV에서는 한화와 삼성이 야구를 하고 있는데, 맨날 지더니 오늘은 제법이다. 이 때 태권이놈이 전화가 왔것다.

 유성에서 전 사장이 술한잔 하자고 한다며.  이리하여 술자리가 만들어졌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단 둘이서만 있다가 집을 나서자니,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지,  ..... 어쩌랴. 도망쳐 나올 수밖에 ......

 

 태권이와 유성에서 만날 때는 십중구(十中九)가 토종순대에서 만나는데, 오늘은 온천동사무소께서 만나잔다.

전인근씨가 정했다 하니, 두말않고 온천역에 내려 찾아가면 되겠지 했다.

다섯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 

온천동사무소는 내가 생각했던 곳 아닌 엉뚱한 데에 있었다.

그리고 모임 장소도 식당이나 술집이 아닌, 양 사장의 4층 건물 지하층이었다.

 양 사장이, 방동저수지 지나 성북동에 있는 자기의 농장에서, 전 사장과 함께 오리를 몸소 잡아왔었다.

그리고 그의 사무실이자 아지트인 지하홀에서 푸욱 삶아 막걸리와 소주를 질펀하게 마셨었다.

한 여자와 한 남자도 더 왔었는데 초면들이라 인적 사항은 잘 모르겠다. 그 중 한 남자는 민물고기 잡기의 명수라 했었다.

 

  1.

 양종석 사장의 얘기다.

 자기가 보고 들은 얘기라면서 .....

 어느 한여름 해거름녁에 어떤 한 분이 끌게(끌개)에 짐을 잔뜩 싣고 어둔 길을 힘들게 가더란다. 온천동 동사무소 어드메 쯤에서 .....

 아마 폐휴지나 고물 들을 싣고 무더운 여름 날이라 땀을 흘리며 ......

 그 때 마침 한 스님이 지나다 그 정경을 보고 그 분에게 돈을 주더란다. 불쌍해 보였기에겠지.

 천 원짜리가 겹쳐 있었는데 하나는 떼서 자기 주머니엔가에 넣고 한 장을 줬다던가. 열심히도 보았군 내 생각 ㅎㅎㅎㅎ.

 그러니까 그 짐꾼은 감격해서 그 스님에게 다가가며 포웅하려 했었나 보았다. (아마 포웅이 아니고 감사의 표시로 손이나 잡아보려 했겠지. 내 생각)

 그런데 그 스님이 황당해하며 손 너스레를 치며 도망 비슷하게 치더란다.

 구질구질한 그 손을 어떻게 터치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 때 현장에 있던 양사장을 본 짐꾼이, 화가 매우 나서 성을 삭히며 말했단다.

 참 더러워서, 난 이런 넝마주이가 아니고, 어느 누구를 도와주는 참이었는데, 스님의 소행이 하도 고마워서 그랬는데 .....

 그러니까 불결한 사람으로 혐오스럽게 도망침에 크게 화를 내더란다.

 그러면서 그는 양 사장에게, 유성 호텔께에 있는 유명 식당을 대며 술한잔 하러 가자고  했단다. 술로 화를 풀려 했었나 본다.

 양 사장은 거기는 너무 멀고요 했더니, 그러면 서울가든으로 가자고 하더란다.

 듣고 있던 전 사장은, 호텔 옆 그 식당은 횟집으로 유성에서도 최고급 식당인데라고  댓구했다.  서울가든도 고급 식당이고.

 그 끌개꾼은 재력가였다는 얘기가 된다.

 양 사장은 따라가지 않았다 했다.

 아마 가까운 곳에서 해장국에 술 한 잔 하자 했다면 따라 갔겠지만, 시간이나 여러 여건이 안 돼 그만뒀다 했다.

 

  2.

  또 양 사장의 얘기

 국민학굔가 아니면 중학교 때 얘기란다.

 그는 예산 무슨 면이 고향이랬는데 잘 모르겠다.

 고향에 있는 무슨 천이랬는데 그 이름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개천에서 여름이면 멱을 감곤 하는 곳이란다.

 여자애들도 멱감고 머슴애들도 멱을 감았지만 함께는 하지 않았었다 했다.

 한 어느 여름 날, 여자애들은 개울 아래에서, 머슴애들은 위에서 멱을 감고 있었단다.

 그런데 여자애들이 종석아, 종석아! 라고 부르더란다. 많은 머슴애들 중에서 종석이 자기만을 ....

 

  한 여자애의 어디 쯤에 찰거머리가 붙었었나 보더란다. 취부 곁이겠지 ....

 여자애들은 무서워 뗄 수 없었고, 본인도 여자애니 어떻게 뗄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구원자가 필요했고, 그 때 가장 작았고 만만했던 자기, 종석이를 불렀을 거란다.

 종석이는 눈을 감고, 팬티인가 속것 속에 손을 넣어, 계집애 피를 빨아먹어 퉁퉁한 거머리를 떼어 따가운 길바닥에 패대기를 쳤었단다.

 ........

그런데 그런 연후에부터는 그애가  종석이와는 눈을 마주치지 않더란다.

지금도 그녀는 친정집에 와도 눈을 돌린다 했다. 이런 것을 내외한다고 하나? 내우한다고 하나?

여하튼 아이러니하지만 얼마나 순수들 한가!

 

  양 사장은 어쩌면 그렇게 재미 있게 이야기할까!

 글로는 양 사장의 재미를 절대 그릴 수 없다.

 오리백숙에 막걸리에다가, 재미 있는 얘기 안주 한 점 한 점에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에필로그

블로그 임시보관함에 한 글이 미수로 보관되어 있었다.

5월 초순에 양 사장이, 자기 건물에서 자기 농장의 오리와 술로 우리를 대접했었다.

게다가 어찌나 재담꾼인지, 유모어나 에피소드는 더욱 진수성찬이었었다.

그 날 스님과 끌게꾼 얘기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었고,

개울에서의 목욕 사건, 마을 젊은 남녀가 떼로 여행가서의 에피소드 등등의 이야기도 우리들의 술안주로 걸맞았었다.

술은 박주였으나 안주는 가효였다.

좋은 안주에 술은 막걸리였지만 大醉했었다.

잊어버릴가 해서 메모를 해 둔 것을, 석탄절을 보내고, 6월 맞아 올려 본다.

주객을 바꿔, 역지사지해  보면 세상은 재미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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