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거만한 인사 둘

양각산 2012. 6. 1. 22:58

        이제 겨우 의자에 앉을 수 있다.

        오래는 아니지만 앉을 수 있으니, 컴퓨터가 궁급다.

        일주일이 머다할 정도로 사진을 올리더니, 제법 많은 날들을 공쳤구나.

        제 2회 허리 고장 기념 글로 공간을 메워 본다.

 

 2008년도 가을엔가에, 콩대(혹 고춧대?)를 뽑다가 허리가 삐끗하여 고생한 적이 있었다.

 걸을 수도 없었고, 앉을 수도 없었다. 앉았다 일어서려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고, 엉치도 무너지는 듯했었다.

 시청 옆에 있는 병원에 갔었을 때는 걸을 수가 없어서, 병원 휠체어에 태워져 간호사에 끌려, 8층인가 9층인가로 올려졌었다.

 그러다가 어떻게어떻게 하여서 지금까지 정상이 된 듯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니 정확히 말하면, 2012년 5월 25일 오후, 음력으로 4월 5일에,

 2008년도에 콩대를 뽑다가 허리를 다친 그곳에서 또 다시 허리가 삐끗했다.

 이번에는 마른 땅을 삽으로 파다가, 윽 소리를 내며다.

 26일은 나의 생일인데, 생일 하루 앞두고 허리를 부지러뜨렸으니 ........

 오산에 있는 아들네 집에서 내 생일 턱을 하기로 해서 큰딸, 막내딸네와 우리 부부가 내 차로 올라가기로 했고,

 27일은 경기도 광교산이나 올랐다가 집으로 내려와 27일 석탄절에는 수석회 부부 모임 나들이가 있어서 .....

 밭에 모종을 심을 날이 크게 밀려날까 해서 해걸음에 나갔다가 그만 .....

 

 5월 26일은 토요일로 내 생일이지만 꼭 가야할 결혼식이 두 군데가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 아들 결혼식과, 대학교수하는 후배 딸 결혼식이다.

걸음걸이가 잘 안 되는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면 갈비뼈가 울린다.

걸음 속도는 시속 1km나 될려나 ......

고등학교 동창이야 한 달이면 한 번 정도 만나는 사이지만, 전할 축의금 봉투가 무려 아홉을 맡았으니 아니 갈 수가 없었다.

대중교통으로 30분이면 갈 곳을 2시간을 앞두고 집을 나섰었는데, 20여 분 전에 도착할 수는 있었다.

 

대학교수 후배 딸 결혼식장에 다달아, 인사를 하는데, 허리가 앞으로 숙여지지가 않는다.

오히려 뛰로 뻣뻣하니, 어쩌면 도도하기 그지없어 보였겠다. 몸 자세도 엉치가 아파서 중심을 잡을 수도 없었고 .....

더구나 후배가 그의 부인을 소개할 때, 몸은 더욱 안 따라 주고, 본디 뻣대인 목이 눈꼽만큼도 앞으로 숙어지니 않았었으니 .....

얼마나 거만하게 보였을까!  ㅎㅎㅎ

 

27일 새벽에는 네시 좀 넘어 밖으로 나왔었다.

한 번 일어서려면, 수 분을 힘들여서야 바들바들 윽 소리를 내며 일어서진다.

디스크는 철봉에 매달리면 척추가 좀 반듯이 펴질 듯해서, 등산용 막대기(마누라 것)를 짚고, 정말 절름발이 걸음으로 나섰던 것이다.

오류학교 운동장으로 ...... 본디 팔힘이 없는 내게는 매달림 시간은 10초도 어렵다.

앉기도 힘들고, 서 있기도 그렇고, .... 근 한 시간 넘게를 돌아다녔겠지

 

집에 오는 길에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옛 선생님을 만났다.

금산고등학교 때의 영어 선생님으로 계시다가, 대전에서 교장으로 정년하신 선생님이시다.

지금까지도 바지런하셔서 새벽에 산책을 나다니신다.

선생님에게 말 인사를 하는데, 고개는 오히려 뒤로 빳빳하니 ..... 숙어지지 않는다.

정말 송구스럽고 어찌할 줄 몰랐었다.

 

내 알기로는 나를 예의바른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옛 은사 선생님에게 목을 빳빳이 뒤로 빼고 거만한 폼을 잡다니 .......

선생님은 나의 허리 고장을 알으셨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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