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어느 인사장의 감격

양각산 2011. 11. 17. 17:37

 오늘 한 인사장을 오늘에서야 개봉을 했다.

금년(2011) 11월 5일엔가에 딸을 여읜다 해서 대전월드컵 경기장 S구역으로 나갔었다.

변호사인 딸을 판사에게 시집 보내는데, 서울 서초동에서 해야만 하는 법조인의 관례에 따라 그 곳에서 식을 올린다 했었다.

손님이 없을 듯하니 김 형은 꼭 가야한다고 심심 당부를 햇었기에, 꼭 가야 할 최 선생 혼사는 다음에로 미루기로 하고 S구역을 찾아 갔었다.

S구역은 남쪽이라는 표시였다.

에이 짜식들! 남쪽이라면 어때서 쯧쯧!

 그 혼주는 나보다 겨우 한 살 아래인데 나를 꼭 김 형으로 호칭한다. 정이 철철 넘치는 이로 좀은 털털한 것이 흠이지만 ......

축하객이 버스 한 대도 못 채우리라 엄살 떨던 것과는 달리, 많이 간다 해, 25인승 버스를 한 대 더 대절했다고 했다.

그리니 안 가도 되겠다 싶어, 꽁무니를 빼고, 엑스포컨벤션의 혼사에로 도망쳤엇는데, 그 인사장이 어저께 날라 왔었다.

인사장 내용은 대개 그게 그것이기에 안 뜯어 보거나, 나중에 뜯어 보거나다. 10월에만도 근 20여 곳의 답례장을 받았으니 말이다.

 오늘도 나뒹구는 것을 그냥 버리려다가 뜯어 보니, 형식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 간 많이도 본 그런 양식이 아니다.  정말 편지를 받은 듯한 정겨운 충격을 받았다.

휴지통으로 보내기엔 안 되겠다 싶어 여기에 남긴다.

                    2011. 11. 17. 매우 흐린 목요일에

 

 

   人事 드립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추수한 들녘 모서리에

새파란 청무우가

한결 추워 보입니다

한해가 다가고

또 한살 더 먹겠구나.....

 

삶이란 그런거지

자식을 낳아서

마지막 책임을 다하여

홀가분해지고 싶은 마음에

내 자식 여의고자

바쁘신 선후배 친구에게

와 주십사 청첩내고

못내 죄송스러웠습니다

 

이 은혜

어찌 갚을지

빚지고는 못산다는데

죽을 때까지 은혜를 갚고자

찾아다니고 따라 다니겠습니다

뵈올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011년 11월 10일

                 김 ㅈ ㄱ 올림

 

  이런 인사장은 처음 본다.

 형식과 격식에 미사여구의 인사장은 무수히 받아 왔었는데 그 때는 공허하기만 했었다.

 쓸쓸한 흐린 가을에 훈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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