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근 50년 전에 온 편지

양각산 2009. 4. 17. 15:51

 

 

 어느 날 옛 앨범을 뒤지다 낡은 노트와 그 속에 끼인 편지를 발견했다.

아마 고등학교 3학년 때에 보내진 편지일 듯하다. 낡은 8절 갱지를 반 접어 네 면을 빽빽히 적은 비교적 장문의 편지다. 고뇌에 찼던 그 때의 기억이 아프게 떠오른다. 영택이가 보내온 편지일 듯한데 발신인 이름이 없다.

 

 1

 友 호은이!

 먼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망서려만 지네

학교에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이렇게 pen을

들었네. 진작부터 찾아가 본다던 것이 찾아 보지도

못한채 숱한 나날이 흘러갔네.

友. 그 동안 홀로 무척도 고독했을 友에게

情겨운 엽서 한장 내지 못한 지나온 나를 용서

발랄뿐이네.

나는 이곳 고향을 떠나온 타향에서 무척 무의미의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네. 이 모든것 友에게 감사하고 싶네.

友! 난 어지러운 인파속에 몰릴때면 눈을

감아 버리네. 여하튼 요즘 난 재미있는

나날을 보내기 위하여 전력을 다 한단

말일세.

友! 벌써 어떤 고장에선 눈이 왔다지.

그 하이얀 눈- 무척도 기쁘기만 했던

그 눈속에서 나는 먼 내일의

 

 2

나의 불행을 연상함으로 우울하기민 하다네.

                     붉게 물들어 가던 벗나무

잎사귀들도 겨울의 힘찬 잎김에 못이겨 땅바닥에

떠돌아 딩굴고 푸르기만 하던 하늘마져

잿빛 구름을 가득 실고 방황하고 있네.

友! 캠퍼스에 색책을 나열하던 고교생들도

이젠 지친양 다 돌아가 버리고 무척도 허전

하기만 나의 주위-얶센 바람결에

한잎 두잎 낙옆은 떨어져만 가고있네.

그저 모든 것을 잊고 어데론지 달려가고만 싶은

충동을 억제하면서 펜촉을 재촉하네.

즐거워야 할 마음이 왠지 하소연 할 곳만

찾고 있으니, 정말 큰일 이네.

헛되이 보내버린 어제들이 한탄의

대상물이네. 3년이란 세월은

흘러 그토록 긴 세월이 불과 1개월로

 

 3

단축되어 졸업이 목전에 당도하고....

대입의 좁은문은 나를 울리고....

友. 병마와 시달려 수척해진 얼골이

보고싶어지네. 그 때 그밤의 이별이

이토록 긴 이별일줄은 예전에 미쳐 몰랐네.

여하튼 다시 학교에 나온다니 기쁘기만

할뿐이네.

友, 난 이곳에 자취를 하고 있네.

운명이 나를 여자로 만들었네. 난 즐겨

순응하고 있네. 먼-먼 내일을 바라보며

비록 이곳 불도 안땐 방안에서 떨며 살아도

난 살고 있네. 막연히 사는 나의 삶이네.

이런 생활속에 난 누구한테 동정을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네. 그냥 나대로살뿐이네.

눈물젖은 빵을 먹어본 자~ 나는 그런

 

 4

인생을 살고 싶을 뿐이네. 호우머가

말하는 나뭇잎처럼 사라지는 어쩔수없는

인간의 운명을 더할수도 없고 덜할수도

없지만, 롱펠로우가 말하는 "시간이라는

모래밭위에 발자욱을 남기며 사라지는 인간"

이 되어야겟어. 그래서 난파당한 바다의 형제가

그 발자욱을 바라보며 용기를 내는 생애......

友, 굳세고 보람진 생을 영위하려고 노력

하고 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人生이라지

큰 포부를 가지고 무슨일이나 적극적으로

살려고 나는 생각해. 모든 것이 내마음

대로 되지않는 것을 잘아는만큼, 조그만한 고통쯤

참아 나가면서 진리탐구에 매진하려고 해.

욕심꾸러기인 우리 인간 앞에 무한한 발전은 오겠지만

진정 인간답지 않은 욕심꾸러기들을 난 많이 보네.

정말 인간다은 한사람의 인간이 되어야 하겠다고

난 생각하네. 대학이 전부는 아니라고.....

友, 쓸데없는 글월 나열해서 미안해.

다시 만난후엔 진정 友의 관계를 情을

주고 받자구. 몸 건강 빌며 만날때까지 안녕!

        (졸필용서)

 

 영택이가 보내온 편지인 줄 알았는데 희완이가 보내준 편지군!

무정한 나! 밉기만 한 나!

희완이는 지금도 두 달에 한 번 만나지만 티격태격하는 놈인데,

이놈 이처럼 정겨운 놈인데..... 따뜻하게 대접해야겠다.

 

 오늘 (2009. 4. 17. 금요일) 저녁 7시에 태권이와 횟집에서 술 한잔 하기로 했는데, 영 시간이 가지 않는다.

무료해서 옛 카페를 뒤지다 이 것을 발견하여 이리로 옮긴다.

 영택이 놈이 보낸 편진 줄 알았더니 아니다. 희완이가 보내온 흔적을 찾았다. 위 편지는 행과 띄어쓰기 등을 그대로 옮겨놨는데 이 희완이

놈의 당시의 출중한 실력을 이제야 알겠다 싶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공무원으로 진출했었고...... 말이 너무 많고, 아전인수격으로 말을 전개해 친구로부터 지금도 비판을 받는다. 양희완 이놈 좋은 놈인데...... 편집광적인 성격이 지나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