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2009. 1. 18.)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었다.
막 늦은 점심을 먹은 후다. 하루에 전화 한 통 받는 것마저도 귀하다 할 정도인 내게는 반가운 일인데, 술과 고기와 산꾼이 함께있는 곳으로 나오라니 횡재 만났다고나 할까.
덕산마을 경노당에 3시 반쯤 도착했으나 그들 일행은 아직 이르지 않았고 해서 닭재를 향해 조금 오르니 돌까님과 얼쑤님등 대둘 산꾼 열 둘이 오고 있다.
이날 雨中에 시산제 올리고 뒤풀이 겸 이벤트로 여기 경노당 어른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었었나 보다. 마을 어른들의 영접(?)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서니 어르신네들이 열 대여섯 분들이 한창 음식을 들고 계셨다. 우리 일행도 한상 가득히 음식 상을 받고 막걸리와 소주 잔을 기울였다. 마을 남자 어르신들과도 담소를 나누며...
판소리 등 국악에 능통한 '날마다 행복' 내외가 오고 화기애애한 잔치 마당이 신명나게 벌어졌다. 수궁가 창소리에 한 어르신이 흔들흔들 춤을 추며 나오자 아우라지님이 따라 나오시고 이어서 마을 어른들이 합세하니 정말 흥겨운 잔치 마당이 되었다.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돌까 대장과 아우라지님이 먼저 가면서 한 잔 더 하겠냐고 한다. 손사래로 노 땡큐.
501번 버스가 바로 오지 않는다. 일요일이라 거의 20분 쯤 돼서야 온다.
뫼꿈이님을 내가 꼬셨다. 한 잔 더 하자고. 그들은 농민순대에서 한 잔 하고 있을 테니 우리는 입만 가지고 가면 된다고.
농민순대 위치가 알쏭달쏭해 전화하니 부산꼼장어집이란다. 돌까님은 당골 술집도 여럿이다.
부산꼼장어집은 효동다리 건너 큰 도로변에 있는 술집으로 경상도색시들이 경영하는 술집이다.
넷이서 소주 세 병을 마셨다. 저녁도 대충 때우고. 돌까가 또 바람잡는다. 오정동으로 가자고.
사양할 내가 아니지. 뫼꿈이님은 따라올 이 없다. 우리 셋이서 오정동으로.... 우리 셋은 아우라지님 돌까님 그리고 나이다.
대덕구청께의 어느 지하 단란주점. 이름은 생각 안 난다.
들어가자마자 돌까님 왈 칠만원 어치만 내겠단다. 마담을 불러 주문하고 곧 이어 술과 안주가 오고 한 순배 돌아간다. 이제부터는 노래다.
돌까마귀님은 노래에도 대단하다. 산이면 산, 지리면 지리, 체력이면 체력, 친교면 친교 거의 못하는게 없는 그의 말을 빌면 '오색잡놈'이요
아우라지님 말 빌면 팔방미인이다.
악기 다루는 것도 수준급이며 음악을 소화해내는 것을 보면 내 문외한이지만 프로급 같다.
노래번호 찍기도 거의 책을 보지 않고 눌러댄다. 머리도 보통 크기가 아니지만 그 용량도 꽉 찼나 본다.
그러면서 자기가 작사 작곡한 노래라며 다섯을 소개한다.
그게 나훈아씨의 곡이다.
"모르고, 홍시(울엄마), 소문2, 잡초, 영영."이란다. 누가 믿겠는가?
모든 자료를 보면 나훈아 작사 작곡 노래인데 제 노래라니(참고로 돌까마귀님은 나 보다 세 살 아래임)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의 말 몇을 인용하면
"나훈아는 나보다 두 살 윈데..."
"나훈아는 내가 예비군 중대장 할 때 내 대원였어요..."
"나훈아씨는 나를 결코 홀때 못해요..."
내가 못 믿어워 갤런티는 받냐고 하니까, 갤런티가 아니라 로열티를 받는다나. 취중의 소리라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정말 혹시 그가 작곡을 했을까 싶기도 하다.
이 소리를 지난 해 이 단란주점에서도 들었었으나 그 때는 그냥 넘겨버렸는데.....
이 단란주점 출입은 오늘이 세 번째이고..... 나에게만 하는 얘기라니... ???
홍시(울엄마)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생각이난다 (생각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 주던
울엄마가 생각이난다
눈이 오면 눈맞을 새라 (눈맞을세라)
비가 오면 비젖을 새라
험한 세상 넘어질 새라 (넘어질세라)
사랑 땜에 울먹일 새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엄마가 그리워진다. (그리워서)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생각이난다 (생각난다)
회초리 치고 꿇어앉아 우시던
울엄마가 생각이난다
바람 불면 감기들 세라 (감기 들세라)
안 먹어서 약해질 세라
힘든 세상 뒤쳐질 세라 (뒤쳐 질세라)
사랑 땜에 아파할 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그리워진다 (그리워서)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 하는
울엄마가 그리워진다
울엄마가 생각이난다
울엄마가 보고파진다.
위 노래 가사를 듣노라면 이주진님의 정서가 물씬 풍겨 난다. 언젠가 그의 글 사모곡을 읽었을 때의 이런 분위기였었다.
소문 2
작사 나훈아
작곡 나훈아
노래 나훈아
내가 가장 사랑했던 님 정말 좋아했던 님
맺지못할 인연이라며 훌쩍나를 떠난 님
오다가다가 들리는 소문 믿을 수는 없지만
부산에서 살더라는 소문도 있고
광주에서 보았다는 소문도 있고
미국으로 아주 떠났다는 소문도 있는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사람
아~아~ 아직 나는 못잊어
아~아~ 결코 잊을 수 없어
내가 먼저 사랑했던 님 정말 소중했던 님
나를 위해 떠나가면서 웃으면서 떠난 님
그냥 떠도는 소문이라서 믿을 수는 없지만
서울에서 살더라는 소문도 있고
몰라보게 변했다는 소문도 있고
나때문에 아직 혼자라는 소문도 있는
다시 한번 보고싶은 사람
아~아~ 아직 나는 못잊어
아~아~ 결코 잊을 수 없어
아~아~ 절대 잊을 수 없어
나는 남 말에 잘 솔깃하는 편이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부시가, 한국의 혈통으로 제주 夫씨고 그의 부인이 전주 김씨며 개성에서 인삼 무역을 하다가 중국 러시아를 거쳐 영국에 정착한 한국계라는 것을 발견했었다.
아들에게 신이나서 말했다가 "아빠, 피싱됐어" 관심 끌려는 이들에게 낚였단다. 마누라도 믿어주려고도 않고.... 아예 한심하다는 표정이다.
이런 나지만 어쩌면 돌까마귀가 정말 작사 작곡했을 듯한데.....
내 귀가 너무 얇나! 그리고 귀가 너무 커. 그래서 남의 말에 혹하는 것 같아.
그날 술은 오만원 어치만 먹어줬었다.
오늘(2009. 8. 13.) 들어와 읽고 보완할 곳 있어 몇 자 적어 넣는다.
언젠가 산길에서 돌까마귀(이주진)님과 위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이냐고 물었었다. 그러니까 그가 말하길 작곡은 아니고 작사만 했단다.
그리고 자기 부인 통장으로 로열티가 지금도 꼬박꼬박 들어온단다.
사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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