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양비론(兩非論)에 대한 생각

양각산 2008. 10. 31. 12:24

 

 지난 10월 28일 화요일에 계룡산 산행에 나섰었다.

집식구에게 변변한 대접없이 내볼일만 챙기고, 그렇지 않은 날은 삼시 세 끼를 꼬박 채워 먹는 신세가 됐다. 그런 사람을 삼식이란다. 별볼일없는 남자로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차려내는 안식구의 고충을 우린들 왜 모르랴만, 이 삼식이라는 말은 남편들로는 최고의 불명예스러운 말이다. 내 처지다. 자격지심인지도 모르지만 자꾸 아침 얻어먹는게 죄스러워 대충 식사로도 때우려 하기도 한다.

 사설이 길지만 결국은 마누라에게 미안하여 어디 가고 싶은 곳 없냐고 물었었다. 왜 없어! 단풍도 보고 싶고 바닷가에 나가 회도 먹고 싶고,

드리이브도 하고 싶고, 해외에도 가보고 싶고.....

 해서 인터넷 뒤지니 지리산 칠선계곡 산행이 나온다. 내가 얼마나 가고 싶은 곳인가! 그러나 시민회관 뒤에서 9시 넘어 출발이다. 그 때 가서 무엇을 보고오는 산행이 되겠는가라고 마누라가 뻗댄다. 그래서 계룡산 산행으로 정했었다.

 이 때 나와 집식구의 행위는 모두 그를까?  나도 잘못 됐고, 집식구도 모두 잘못일까?

 

 서대전네거리에서 102번버스를 거의 10여 분 기다려 탔다. 사람이 꽉차 자리가 없는 듯했다. 자세히 보니 뒤에 빈자리 하나가 보인다. 마누라 앉게 하고 나는 서서 가는데 마누라가 자리 있다하여 내 앉으니, 서 있는 사람은 너댓이다. 쉬는 승강장마다 마구 탄다. 내리는 사람이 없는게 아니라 타는이가 훨씬 많다. 유성 시외버스 터미널에서는 마구 우겨 넣어 태운다. 아니 운전수는 뒷버스를 타라 하나 승객은 막무가내로 다리를 디밀고 야단법석이다. 정말 발딛을 틈이 없다고나 할까.

 삽재를 넘을 때 부자가 눌리고 먹뱅이골 승강장에 버스가 선다. 내릴 사람은 다 내린 듯햇다.

버스는 출발했고, 한 70쯤 됐을까 하는 승객은 맨뒤에 앉았다가 승강구 반도 못 온 곳에서 아우성이다. 아직 내리지도 않았는데 출발한다고 노발대발 아우성이다. 운전기사는 못 들은 척 달렸다.

 이 둘 중 누가 잘못했을까?

 누구는 기사를 나무랄 것이다. 그런 노인을 배려 않고, 상황을 몰인정스럽게 보고,운전 규칙에만 충실함에 비판의 말을 던질 것이다. 결국 운전기사는 글렀다 라고 말이다.

 반대로 노인의 행위를 보자

그는 맨뒤에 앉아 버스가 서자 그제서야 나왔다. 콩나물 시루처럼 꽉찬 그 승객들 틈을 언제 빠져나오려고 선 다음에 나온단 말인가. 물론 노인이니 하고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준비성 있게 전 승강장에 섰을 때부터 설설 앞으로 나오면 안 됐을까. 

병사골로 가는 계곡 물:明鏡止水

 

삽재에서 박정자 내려오는 길

 

장군봉과 가을 하늘

 

동학사

 

 

 

뒤돌아본 삼불봉

 

은선폭포 전망대에서

 

 

 

 오늘날 정계나 경제계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에 서로 티격태격들 한다. 구정부 때 잘못됐다느니 신정부에서의 잘못이니 하고....

어떤이는 이 두 집단이 다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말하자면 양비론적 입장으로 두 편 모두 잘못이란 뜻으로 들린다.

 

 논점을 바꾸면 잘한 쪽은 하나도 없다는 뜻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마누라가 잘못만 했고, 나 또한 왜 삼식이가 왜 됐냐고 비판만 한다.

 운전기사의 승객 배려 안함만 나무라고, 노인의 준비성 없음만을 욕한다.

 한나라 당의 당면한 시국만을 욕하고, 민주당의 과거의 잘못만을 찝어 탓한다.

그러면 양쪽 모두에게는 잘은 없고 그름만 있겠는가.

  긍정적이고 좋은 면을 꽉 찝어 칭찬만은 할 수 없겠지.

 

 오늘도 해가 저물었다.

종엽이네와 우리 내외 넷이서 저녁 식사를 하며, 소주도 세 병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