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중교통만으로 한 백두대간(추풍령~큰재)

양각산 2008. 10. 10. 18:55

언제 : 2008. 10. 9. 목요일

 누구랑 : 홀로

 교통 : 대전동부터미널(8:10)-추풍령(9:08)-4000원, 추풍령삼거리 및 대간 들머리(9:26, 도보로)

          큰재(17:05)-상판저수지-송계(저수지 댐 밑 마을, 도보), 송계(18:10)-모동터미널(18:25, 히치)

          모동터미널(19:10)-황간(19:30)-1500원, 황간역(19:35-20:07)-대전역 20:55,3600원)

 산행 노정 : 추풍령 들머리(9:26)~금산(9:42)~사기점고개(11:26)~남함산(묘함산)통신중계소도로(11:48)~

                남함산 갈림길(11:57)~다시 도로(12:20)~....점심(12:40~13:00)~작점고개(13:05)~갈현(13:52)~

                기도막(14:06)~687봉(22:47)~용문산(15:07)~안부,용문산기도원 하산길(15:33)~청운봉(15:47)~

                국수봉(16:05)~큰재(17:06)   약 18km

 

 백수 2년 차로 시간은 많다. 시간이 많을수록 쩐이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속세에 노느니보다는 산에 가면 경제적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어 더욱 좋다.

 오늘도 대중교통만으로 백두대간에 나섰다.

 대간만 근 18km를 걸으며 한 사람도 못 만났다. 아니 만나긴 했는데, 작점고개 도롯가에서 도토리 줍는 한 부부 쌍은 봤지만, 순수한 대간길에서는 사람은 없었다. 발자욱이 보이는 듯도 싶은데, 어저께의 것인지 아니면 내 앞에 일찍 간 오늘의 사람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추풍령 들머리를 들어서서 얼마 안 가면 금산이란 반쪽 산이 있다. 여기 오르막부터 사기점고개까지는 상수리 도토리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난 산행할 때는 나물이니 약초니 목부작 소재니는 관심이 없다. 그냥 걷기만 한다. 집식구와 산을 갈 때는 너무 여유롭다. 봄에 산에 같이 가면, 취나물 뜯으랴 꾸물대고, 도토리나 상수리 철이면 아예 산행은 끝이다. 갓 떨어진 굴밤을 보면 탄성을지르며 줍는다.

 나는 길가에 떨어진 상수리를 발로 짚어주고, 고사리는 손가락질로 가리켜주기만 한다. 흐뭇해하는 아내를 보며 속물스럽지만은 않은 그녀를 나는 좋아하는 것 같다.

 

 가는 길에 '부잣집 아들 볼'같은 갓 떨어진 상수리가 무진장 널려 있다. 처음에는 신경 안 쓰고 지나쳤으나, 집식구와 함께왔으면 좋겠다 했고, 끝내는 양 주머니가 불룩해지도록 줍고 말았다. 도토리 무게와 부피가 걸음을 힘들게 했다.

 속물스럽지만 이런게 사랑일까.

 

 대간 길에 놀라게 하는 놈도 있다.

 사기점고개 못 미쳐에서는 도토리 줍기는 그만둔 지 오래다. 낙엽잡목이 무성한지라 전망은 어둡기 짝이 없다. 어디 좋은 전망지가 없을가를 찾으나, 그냥 소나무 참나무 등의 다리가 전부다. 고요적적하기 그지없다. 절간 같다는 말이 있던가. 아무런 생각없이 걷는데, 갑자기 푸드득 소리와 함께 큰 쟁끼 한 마리가날아오른다. 꿩 있던 곳은 좁은 숲이라 바로 앞의 나뭇가지 때문에 거의 수직에 가깝게 오르려니 그 놈 내는 날개 소리가 정말 요란했다.

 크게 놀랐고 꿩이기에 다행이다 싶었다. 게다가 밋밋한 산행에 긴장을 주니 이 또한 좋은 일 아닌가!

 

 묘함산(난함산) 통신중계소 도로를 건너올라 10여 분 가면 묘함산 갈림길이 나온다. 언듯 보면 묘함산 능선 길이 대간길일 듯싶어 알바를 많이 한다고들 한다. 이 갈림길에서 145도쯤 좌회하는 길이 대간 길이다. 한참 내려오다 보니 아까 오른 도로가 바로 밑에 보이지 않나! 잘못 온 것 같아, 그 힘든 된삐알을 되올라 간다. 올라가다 생각하니 이 길에 대간 표지가 많았는데 설마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닌 듯도 하여 오르락내리락을 정말 몇 번 했다. 결국 도로에 내려 보니 먼저의 진입로와 너무 흡사했다. 내려서 처음에는 갈등도 했다, 다시 오를까 말까를.

 이 도로 대간 길은 대간답지 않다. 2차선 이상 넓이의 포장도로를 수백 미터를 내려가다 산길로 들었다가 다시 나와 걷는 일이 몇 번 반복된다. 마지막엔 도로 왼쪽 산길이 대간 길이다. 간혹 밭다랭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작점고개가 가깝나 보다.

 고라니다! 무엇에 쫓겼는지 고라니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뛰어 올라오다, 나를 보고 되게 놀래 오던 길을 급회전하여 도망친다.  나도 놀라고 그놈은 더많이 놀랬다. 놀란 중에 디카를 찾으려니 고라니 그놈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오늘 산행 18km 중 가장 높은 봉이 국수봉이다. 용문산에서 크게 떨어진 안부에서부터 정말 힘들게 올랐다. 그런데 높이는 800m가 안 된다. 764m라 써 있기도 하고, 795m라 정상에 적혀 있는데, 좌우지간 800m는 안 된다.

 용문산과 더불어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뒤돌아 용문산과 멀리 황악산에까지 이어진 대간도 조망하고, 상주의 공성면과 모동면도 한눈에 보이고 상판저수지와 멀리 황간의 백화산도 보인다. 이정표엔 큰재까지 3km로 1시간 20분 걸린다고 써 있다. 별 높은 봉도 없이 쉽게 갈 수 있을 듯싶어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큰재 가는 길은, 실은 오르내림이 예상과는 달리 심햇다. 근 7시간 걸은 다리는 무겁다. 팍팍한 다리를 끌고 힘겹게 내려온다.

 주변 숲 특히 참나무 밑 낙엽들이 들 쑤셔져 있다. 이것은 내 생각이지만 멧돼지 짓일 듯싶다. 왜 쑤석거릴까? 도토리 주워 먹으려고 그럴테지.....

 큰재에 도착하려면 5분이면 이를 것 같다. 마음이 놓인다. 이제 해는 산 너머로 숨었지만 어둡지는 않다.

 갑자기 큰 물체 움직이는 소리가 숲을 울린다. 그리고 시골 돼지가 기침하는 소리 같은 산돼지 소리가 들렸다. 머리 끝이 쫑긋했다. 대간 오른쪽 공성쪽, 멧돼지 소리 쪽으로 다가 살폈지만 멧돼지는 보지 못했다.

 극적인 대간 길을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가 싶었다

 

 대간 길에 산꾼은 못 만났지만 도토리와 꿩이, 그리고 고라니와 멧돼지가 있어서 양각산은 심심하지 않았다.

 

 

      덧 붙이는 말

 큰재부터 상판저수지 밑 마을-송계 마을일 듯-까지 걸어와 한 부부의 차 도움을 받았다.

그 분에게 모동까지 얼마나 걸리냐고만 물었었는데, 자기들 모동에 사신다며 자청하여 차를 태워 주었다.

2년 전에까지는 모동에서 개인택시를 했으며 대간 산꾼들을 많이 안내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곳 송계에서 농장을 하고 있다며,포도까지 한 아름 안겨 주었다. 그리고 모동에서 추풍령으로 갈 예정이라니까, 황간으로 가는 길이 가깝다며, 부인은 황간에 8시 10분 열차도 소개해 주었다. 오늘 일진이 좋았다. 두 분 부부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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