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詩란?

양각산 2012. 1. 3. 11:30

2012년 새 해 세째 날 신문을 펼쳤다.

문화면, 시가 있는 아침 난을 .....

무심코 글을 읽었다. 공감이 가는 시였었다.

시는 너무도 어렵고,게다가 메마른 나에게는 좀처럼 가슴이 와 닿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그런데 이 詩는 시답지 않은 것 같은데, 마음에 확 꽂힌다.

시답지 않다는 것은 형식을 얘기하는 것으로, 시는 행과 연이 있고, 운율이 있어야 하고, 될 수 있으면 최대로 압축해야 하는 등 외형이 그렇다는 것이다.

사설처럼 시행을 마구 연결하여 쓴 이 시가 감동을 주었으니, 시란 형식이 그리 중하지 않은 것인가.

 

   그렇게 소중했던가

                                         이성복(1852~  )

 버스가 지리산휴게소에서 십 분 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잡지

 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

 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

 은 커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

 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

 에는 삶은 꿈이다.

 

 

 

  대충 공감이 갔다.

 그런데 시인 최정례님의 해설을 읽으니, 에피소드 갔던 시가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온다.

 "자꾸만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잊는다. 이것이 삶이라는 것도 잊는다. 그가 죽었다. 북쪽 사람

들이 얼어붙은 땅바닥을 치며 울부짖는다. 그가 죽었다고 우는 것인지 자신도 언젠가는

죽을 거란 생각에 우는 것인지. 문득 생각해 보니 이렇게밖에 못 살고 있는 우리가 한

심하다 불쌍하다. 이게 정말 삶일까.  꿈 속의 한반도에 오래 주저앉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꿈같이 통일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우리 아버지 문상 와줘서 고마워. 부조금 내줘서 고맙

고, 그 동안 왜 우리가 티격태격했지? 뭐 땜에 대포 쏘고 폭격했지? 다 잊어버렸네. 내친

김에 꿈과 현실 왔다 갔다 합시다. 내친김에 남과 북도 왔다 갔다 합시다. 문득 이대로 통

일 합시다"라고, 시가 있는 아침란에 썼다.

에피소드를 이처럼 외연을 넓혀 주어, 시 속의 자구 뜻 속에서만 맴도는 내게 시 밖 세계까지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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