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마실(마을)다녀오듯 산책을 했다.
가고오는 시간이 두 시간 남짓이었으니, 식장산 골짜기를 이웃집에 놀러갔다 온 듯싶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뜻밖의 황당한 경우를 당하기도 한다.
어제(2011. 10. 10.) 늦은 아침을 먹는데, 난리가 났다.
윗층 집에서 리모델링을 하는가 본데, 갑자기 쇠망치로 때려 부수는 소리, 드릴 로 갈아대는 굉음, 무너지고 떨어지며 파괴되는 소음이 폭발한다.
머리가 띵하고 골이 울린다고나 할까.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었다.
이 날 나의 일정은 고작 12시 30분에 옛 직장 동료와 점심 약속이 전부이고, 집식구는 별 일이 없었다.
안락한 나의 집에서 편안을 누리기는 다 틀렸다.
피난 보따리를 쌀 수밖에 ......
일없는 나는 무조건 세수 후 집을 나섰고, 집식구는 대충 씻고 목욕이나 하러 가야겠다며 나섰는데, 여덟 시가 갓 넘었을 때였었다.
은행 일을, 일부러 먼 데까지 걸어가 겨우 시간을 맞춰 끝내도 턱없이 시간은 남는다. 이제 점심 약속 시간까지 시내를 방황해야 한다.
약속 장소는 삼부푸라자로 했으니, 이거 시간과 공간이 너무 짧고 좁다. 유성이나 진잠 쯤이면 족할 듯한데 ......
동백(동양갤러리 백화점)이 있는 중앙로네거리를 지나 느릿느릿, 유람 아닌 시간을 흘린다.
한 여인이 한 사람에게 길을 묻고 있었다, 동백에서 목동사거리 가는 길을.
그런데 알려주는 허름한 사내가 엉뚱하게도 천주교 쪽을 가리키지 않는가. 이러니 양각산이 나설 수밖에 .......
동백에서 목동네거리 가는 길은 뭐가 잘못이 있을 듯했다. 혹 중촌사거리를 착각했나를 물으니, 목동네거리가 맞단다.
그래서 그녀를 데리고, 도청께서 목동사거리를 향해 간다. 법원사가리인가에 다다랐을 때도 무슨 한약방이 안 나타난다.
그 때 그 여자는 건너 노점을 보며, 저기서 장사도 했다 했다. 그러면서 이 주변은 잘 안다고 했다.
나는 비약을 잘 한다.
그러면서, 우리 주변에 보면 퇴직금 몽땅 털어 거덜난 친구가 많습니다. 법원(지금은 세무서) 맞은 편 여기가 음식점을 냈다가 망한 친구의 가게요 라며 말하니
자기 얘기를 하는 듯하다며 공감을 표했다.
찾으려는 곳은 전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녀가 핸폰을 열어 상대에게 전화한다. 요즘 나오는 큰 핸폰이다. 갤럭시인가 아니면 아이폰인가는 모르겠다.
상대와 전화하는데 길어지고, 서로가 위치를 잘 모르니 감이 안 잡히나 본다.
내가 나서 전화를 뺏아 교통하는데, 나이든 여자로 말이 너무 느릿하고 설명이 길다.
이 쪽 여자가 핸폰을 뺏아 꺼 버린다. 그리고 사용 시간을 확인하며 3분 넘게 썼다 했다. 걱정하는 눈치다. 약정 시간을 다 쓰면 요금이 비싸게 나오나 싶었다.
........
........
많은 고초를 겪은 후에 그 집을 간신히 찾아냈다.
그 집은 동백 동쪽 맞은 편에 있었다. 한국투자신탁 건물 뒤 유료주차장 지나, K모텔 앞이었다. 코 앞에 곳을 거의 두 시간을 허송했었다.
그 녀는 미장원 터를 찾고 있었다.
이제 칼국수 점심 약속 시간을 댈려면 걷기로는 어림없다. 603번 버스로 겨우 맞췄었다.
무슨 공사에 다니는 아들, 의사인 딸과 사위,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대전 검찰청 앞에서 변호사를 하는 막내 딸을 둔 전직 동료와 만났다.
그 막내딸이 11월에 판사 사위를 맞는단다. 참 다복한 아버지구나 했다.
그 동료는 정이 철철 넘치는 대화로, 침을 튀기며 옛날을 마구 날려댔었다. 그가 점심을 토담에서 사면서 .......
교통 사고로 고생하다가 깁스를 엇그제 풀었다며 절뚝거리며 많이도 걸었다. 태평동 '토담'에서 오룡역까지 힘들어 하면서도 즐겁게 걸어 냈다.
집이 있지만 집이 없는 셈인 나는 또 갈등할 수밖에.
마눌에게 전화하니, 집에 오려 한다 했다. 시끄러운 집으로?
딸애가 산내에 아파트를 하나 갖게 됐다. e 편안한 세상을. 10월에 이사했으니, 정리도 해 줄 겸 오늘 피난처로 가자 했다.
구질구질한 집 안 일을 싫어하는 내가 그 일을 하랴. 마눌은 지레 알고 주변 구경이나 하고 오란다.
그리하여 운동화 질질 끌고 아파트를 벗어나, 식장산 골짜기를 들어섰다.
임도가 널찍하고 그 길섶이 잡풀이 없다 할 정도로 잔디가 곱다. 운동 시설도 제법 있고, 사방댐이 2009년도에 두 개가 만들어져 있었다.
쉴 벤치와 정자도 있고, 양 옆의 산맥 또한 출중하다. 오름 길에 식장산 주봉도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뒤돌아 보니 강바위산과 짚으내산성봉이 오뚝하고 그 너머로 천비산(?)일 듯한 봉도 큰산처럼 아련하다. 산은 코앞보다는 멀리 있어야 더 아름답게 보인다.
임도로만 근 한 시간 거리니 산책로로는 더없이 좋은 길이다.
임도 끝의 계곡에로 식장산을 오를 수 있을 듯한데 길은 없었다. 계곡을 타고 좀 올라 봤지만
산길은 없는 듯했다.
그렇지만 끝 전 계곡 오른 쪽에는 길이 있고 표지기도 있었다.
퇴색한 표지기를 펼쳐보니 뜻밖의 반가운 이의 것, 휘앙새님의 것이었다.
이 길이 동오리재로 넘는 길인가, 아님 어떤 길일까 하며 궁금해하며 발길을 돌렸다.
이 골짜기를 내렸던 두 번의 기억이 있다.
대성동에서 식장산을 올랐다가, 어떤 한 줄기가 궁금해 가느다란 길을 좇다가 길이 없어졌엇다. 잡목을 마구 헤치며 내려오니 농업실전(?) 임업시험장이라고 써 있었던 듯싶다.
고사리가 한창인 이른 여름이었을 것이다.
또 한번은 구들장돌이 지천으로 많은 골짜기를 타고 오다가 우송대 임업 실습장을 만나 내려오기도 했었던 듯싶다.
딸네 집에 오니 서녘 하늘에 황혼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 가는 길 : e편안세상 아파트 옆 도로-송아무개 한옥-산내조경-우송대 임업실험장)-
천성암 갈람길-임도(林道)-사방댐-임도-사방댐-
정자(오른쪽 계곡 등산로로 가면 동오리고개일 듯)-임도 끝
* 천성암 입구 직진 임도로 지도의 점선 등산로
* 거리와 시간 : 자상한 거리는 모르겠고, 왕복 2시간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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