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매월 15일에 하는 모임(기우회)은 저녁에 시내에서만 만나는데 오늘은 가을을 찾아 야외로 나서기로 했었다.
대천에로 갈까, 통영으로 갈까 하다가, 연로한 우리에게 좀 무리일 듯해서 가까이로 가기로 했었다. 갑사에 가서 산책과 구경을 하고 점심을 든 후, 백제 고도를 돌아보고 오자고 했었다.
아홉 시 반에 만나기로 했는데, 열 시 반쯤에서야 떠나게 됐었다. 한 사람은 9시에 나왔었고 또 한 사람은 10시 반에도 나오지를 않았다.
다들 성능이 떨어져 못 알아 듣는가 보다.
분명 세이 앞에서 아홉 시 반에 만나 갑사를 한 바퀴 둘러보고, 근처에 있는 한우집에서 점심하기로 전달했다는데 말이다.
휴대폰도 없는 사람이라 집을 나서면 연락은 두절된다. 집에로 전화하면 아홉시 못 돼서 나갔다고 하고, 약속 장소에는 없고, ....... 이제 그를 성토하는 성토장이
돼버렸었다. 휴대폰이 없으면 시간이나 엄수하든지, 지난 번에도 30분 늦더니 또, 등등등 .....
돌아오는 길에 그를 불러 저녁을 하면서 들으니, 계룡산 동학사에로 갔었다고 하니, 웃음만 나온다. 하긴 갑사도 계룡산에 있으니 쬐끔은 맞긴 맞은가.
몸이 낡으니 우리의 성능도 이처럼 떨어지나 보다. 이 가을에 나의 앞날을 보는 듯해서 씁쓸하구나.
나들이 노정 : 대전-32국도-청벽-691번 지방도-갑사-계룡-구 23번국도 공주방향-식당(공주장수한우마을)-23번국도 논산방향-4번국도 부여 방향-사비문광장-
부여-백제대교-대백제전 행사장-백제문-40번국도-탄천-이인-공주-강변도로(구 32번국도)-청벽-마티터널-대전
논산에서 4번국도를 타고 가노라면 사비문이 나온다
우리집 앞 베란다에는 가을이 무르 익었다.
땅콩(깐 땅콩, 안 깐 땅콩), 대추, 도토리, 녹두, 토란 줄기, 박스 속에는 고구마도 있고......
그제에 사 온 인삼 한 채도 채반에 삐져 말려지고 있으니........
가을은 그래도 풍요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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