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둘레산길

꿩 대신 닭 산행(우산봉~국립 현충원)

양각산 2010. 8. 11. 09:47

 

 일찌기 마음먹은 산행이 오늘(2010. 8. 10.) 태풍으로 취소됐다.

한 곳은 카페에 공지로 나왔었고, 한 곳은 폰으로 연락해야 알 수 있으나, 지금 날씨로 보면 행할 수도 있다 싶어 시민회관 뒤로 나갔으나, 산꾼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도 못 가는군 하며, 발길을 돌렸다.

 취소를 염두에 두고 집을 나섰기에 마음은 느긋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지.

만인산 쪽으로 갈까 우산봉으로 갈까 하다가, 지하철 타고 반석역에서 내려 우산봉 가는 곳으로 했다.

 전철을 내려 땅에 오르니, 방향감각이 마비 됐다. 어디가 어딘지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하는수없이 버스 승강장에 버스 행선지를 보고서야 겨우 알아

큰 방향만 잡고, 구름을 뒤집어쓴 높은 산이 우산봉이겠지 하고 큰 도로 따라 나섰었다.

 잘 지은 것 같은 반석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군수사령부가 나타나고, 거기를 지나서 계속 도로를 따라 우산봉을 향해가는데, 길을 막고 입산을 금지하는

금지 간판이 빨간글씨로 막지를 않는가.

 되돌아 삼엄한 군수사 정문을 조심스레 지나, 그 철책 어디에 산길이 있을 듯해서 더듬더듬해서 겨우 산길을 찾아냈다. 

 

 

 

 

  음식점이 있는 길을 돌고 어떤 정자를 지나 우산봉기러기농장을 뚫고 거창한 묘비가 있는 묫벌을 지나 능선의 길을 찾았고 군수사 철책 옆 등산로를 만났다.

  이 길을 오르며 앞서가던 한 할머니를 만났다.

  우산봉 오르는 길이 많나요? 물었다. 많아요. 하신다.

  여기 주민이세요? 라고 또 물었었다. 예, 한다.

 

  이제는 반대로 그이가 내게 묻는다. 어데서 왔어요? 다른 데서 왔습니다라 했다. 그이 '아아! 아파트에서요.' 했다. 그이는 토박이 주민인가 보다.

  아마 이 지역 토박이는 새로 이사온 아파트민과 간격을 두고 있는 듯했다.

 

  다시 내가 물었다. 농사는 안 지시나 봅니다. 지금 쯤 밭에 있으셔야 할 텐데.... 그이는 지금껏 농사일을 해본 적이 없다 했다.  ........

  우산봉 오르는 산길이 이것 하나인가요? 아녀요. 많아요. 여기 한 분이 우산봉 올랐다가 조난당하여 닷새만에 공암쪽 고추밭에서 찾았대요.

  이크 크게 충격받아 그이를 보며, 살아계셨었습니까? 아뇨 주검으로요. ..... 방송에도 나왔어요. 34년생이래요 했었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어두룩한 산길에 기분이 으스스 했었다. 

   좀 오르다 전망이 트인 조그만 암반 전망지가 나온다.

  어떤 한 분이 조망하며 있었으나, 처음 나오는 전망이라 실례 무릅쓰고 그 이 뒤에 섰다. 앞의 아파트는 알겠는데 그 뒤의 것은 알 수가 없었다.

  함께온 분도 모른다 했고, 거기 있던 남정네도 모른다 했었다. 참 답답하다. 나도 대전 사람인데.... 대전이 작은 도시는 아닌가 보다 했었다.

 

  아직도 내 있는 곳을 가늠할 수가 없다.

  이정표를 보며도 멍하니, 머리 나쁨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함께온 이는 운동시설이 있는 곳에서, 저는 여기까지예요 하시며 안녕을 고했다.

 

 

 

또 나타나는 전망지

 

 

 

 

 

 

 

우산봉

 

 

우산봉에서 송곡리로의 하산로께의 점심 먹은 곳에서

행정수도 예정지

장군봉과 계룡산

 

 

 

 

우산봉 등산로의 이정표 표지목마다에 붙은 실종자 찾는 전단지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골짜기가 너무 넓구나

 

봉우리 이름이 헷갈린다

신성봉인가 한석봉인가 두리봉이라고도 했던가

끝까지 계룡산 잘난 얼굴은 보여주지 않았었다

 

 

여기 삼각점봉에서 왕가봉을 생각했었다

갑하산에서 벋어나간 산줄기이던가

갑하산도 두 봉을 놓고 왈가왈부하니.......

어데서 갈라지나?

 

갑자기 큰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삼각점봉과 갑하산 안부 가는 길에서 우의를 입는다

왼쪽으로 희미한 길이 하나 보인다

어쩌면 왕가봉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더 빨리 내릴 수도 있겠다 싶다

저기 저 봉-봉 위에 민둥의 광장이 있는 봉-을 찍고 길도 없는 길을 만들어 내리니.....

마음 고생 몸 고생..... 비는 내리고......

바로 위의 곳으로 빠져나와졌었다

 

 

 오룡역에 내리니 5시 10분 전이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