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 화요일은 내가 다니는 산악회의 운영위원회 날이다.
싫다고 하는 나를 억지로 끌어들인 전 아무개와 태권이놈이 간혹 원망스럽다. 어디에 꽉 매인다는 게 싫어, 안 하겠다는 나를 물귀신처럼
결국 그들이 끌이들이고 말았으니.....
2010년 2월 2일이 바로 그날 운영위원회 날이었다.
유성시장 안에 있는 박춘화님이 경영하는 '토종 순대'에서다.
저녁 겸 반주가 들어왔는데, 난 요즘 이 치료 중이라 술엔 입도 안 대겠다 마음 먹었었다. 앞에 앉아 있는 전 아무개도 치통이 있어서
술을 못 먹겠다 했다. 오늘은 쉽게 집에 가겠다 생각했었다.
회의 중 두 안이 충돌하더니 언성이 높아지고 험악해진다. 내가 듣기로는 별게 아닌데 회의가 길어진다. 전 아무개는 소리가 크다.
안 먹겠다던 그가 답답한지 막걸리가 들어가고 소주도 마신다. 여하튼 결론은 났지만 술자리가 길어졌다. 나도 반 잔 한 잔 하다가 제법
마셔졌다.
산악회 여부회장이 둘이 있는데 그들이 노래방을 가자고 꼬드긴다.
머슴애들이 가자고 하면 거절하겠지만 여자들이 가자는데 아니 따라가는 사내들이 있겠는가. 가다보니 여자 셋에 남자 넷이다.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려면 비싸다고, 춘화님이 큰맥주병에 소주를 잔뜩 섞어 두어 개를 가져왔었었나 봤다. 이미 술이 깔려져 있으니,
이제는 술이 술을 먹는다.
술을 전혀 안하는 남자 하나와, 술을 형식적으로만 하는 여자 둘..... 나머지는 제법들 술을 한다.
태권이는 술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역량은 있는데 정도를 넘으면 절제할 수 있는 친구다. 전 아무개는 절제하지 않으면서도 끝없이
마셔대도 흐트러지지 않는 술포대형이랄까.
나는 주량도 적으며 절제도 못하는 편이다. 종당에는 정신까지 혼절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여하튼 노래방에서 서비스 시간까지 거의 두 시간을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시간은 모르겠다.
각자 헤어져 가는데, 전 아무개가 나를 잡는다. 딱 한 잔 더하자고...... 리베라 뒷골목 뼈다귀탕 집에 들렀었나 보다.
뼈다귀탕에 소주 두 병을 마시고 나왔었나 보다.
그리고 그가 자기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간 듯했다. 그 집은 에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기억이 난다. 양주를 먹겠냐 뻑뻑주를 마시겠냐
물은 기억이 났었다.
이튿날 아홉 시쯤 휴대폰 벨이 울렸다. 그 때까지 못 일어났었는데 보니 전 아무개의 전화였었다. 안부 전화였었다.
전 날 그의 집에서 뻑뻑주 한 병을, 그가 요리한 안주로 다 마셨다 했다. 자고 가라고 침실 하나를 내주었는데 그냥 갔었단다.
겨울용 등산모자를 떨어뜨리고..... 내가 지금도 쓰고다니는 것으로 유일한 겨울용 모자다.
와서 한 잔 하고 찾아가란다.
속은 메스껍고 울렁이고....... 아침도 못 먹고 점심은 마시는 둥 마는 둥했고, 저녁에 겨우 밥 먹는 시늉을 했었다.
그 다음날은 4일로 유성 장날이다. 이 날에 내 모자를 찾으려 가기로 했었다.
혼자 가기에 무어해서 태권이를 불렀었고, 그는 규명이 선생을 더불고 토종순대집으로 나왔었다.
거기서 전 아무개와 태권이 규명이 선생과 나-넷이서 순대에 점심을 곁들여 반주를 즐겼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모자를 안 가지고 나왔었다. 가서 가지고 오라니까, 한 번 나왔는데 모자를 가지러 집에 갈 수가 없단다.
술값이 삼만원을 좀 넘게 나왔는데.....
자리를 옮겼다. 역시 유성장에 있는 황금식당으로....
거기에는 전 사장이 잘 아는, 양 사장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제는 다섯이다.
전 사장 아무개에게 "모자 빨리 갖다 줘"
그는 오천원 짜리도 못 되는것 하며 가져올 생각은 않고, 시장에 가면 오천원이면 산다고 빈정댄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태권이도 규명이도 덩달아 지랄지랄 놀려댄다.
결국 삼 만원이면 모자를 여러 개 살 수 있는데 배 보다 배꼽이 더 크다며, 박장대소한다.
그 때 여섯 시쯤에 마누라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뿔이 난 목소리다.
어저께 새벽 두 시 넘어 들어왔다가 또 유성에 가 안 오니 성질이 났나 보다. 그리고 전화 끊자마자 집으로 달려 왔었다.
그 좋은 술자리를 놓아두고.....
어제 점심을 하는데 수원에 사는 이 아무개가 전화가 온다.
유성에 와 있는데 시간있냐고 한다.
모자를 찾을 걸 생각하고 네 시경으로 약속을 하고, 전 아무개에게 전화했다. 모자 꼭 갖고 나오라고.
길어질까 하여 태권이에겐 연락 안하고.....
그러나 황금식당 토종순대 청진동해장국 노래방을 거쳐 밤 12시 쯤 집에 왔었다.
모자를 찾아가지고........
어제도 경비가 오만원 넘게 나왔었다.
만원 남짓한 모자 하나 찾으려 근 십만원이 날라갔으니, 배보다 배꼽이 몇 배 크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 하나는 더럽게도 못하는 듯하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날 30여 년 전에 ..... (0) | 2010.04.09 |
---|---|
2010년 3월 2일에는 ...... (0) | 2010.03.06 |
내 간은 매우 작은데.... (0) | 2009.12.16 |
금산 중, 고 동창 선후배 체육대회 사진 모음 (0) | 2009.08.14 |
발끝에서 머리 끝까지 다 잃었다. (0) | 2009.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