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4일. 수요일.
어리목에서 영실의 산행을 마치고, 1280m의 영실나들목을 나서자마자 국립공원관리사무소이다. 그 때 시간 12시 57분!
화장을 하고 가방 들고 나서는데, 옆지기가 자기 하는 일에 아무 말도 하지 말란다. 그의 말뜻은 이미 안다. 히치를 하겠으니 군말
말라는 뜻이다. 나는 그런 게 영 탐탁치 않아 질색이었었다. 그런 제의를 내가 절대 못하게 막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답 않고 혼자 숙여붙이고 겉기 30초도 안돼 차를 하나 잡아놓고 오라고 손짓한다. 아무 말 않고 타고 보니 여자 두 분이 탄 차였다.
영실을 내려올 때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던 산꾼이었다. 고맙다 하고 탔다.
중문에 사는 이들로, 이 코스를 자주 하는 이들이었다. 영실로 들어가 윗세오름에 가서 사발면 먹고 내려오는데 3시간 정도로 해낸다는
산꾼들이었는데, 오늘은 미끄러워 4시간 남짓 걸렸단다.
우리가 어제 백록담 갔고 오늘은 윗세오름 산행을 했다고 하니 그들은 놀란다.
자기네들은 아직껏 백록담을 한 번도 못했다면서.....
영실나들목 휴게소에서 승강장 가는데 거리는 아마 3 4km쯤 될 게다.
1시 9분쯤이었고 중문행 버스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곧장 떠난다.
제주시외버스 발 중문 행 버스가 내리는 버스 종점은 무슨 네거리인데 잘 모르겠다.
우리가 탄 버스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12시 20분에 출발한 버스일 테고, 어리목을 거쳐 영실에 와 우리를 태우고 1시 10분에 출발했겠고
내린 시간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1시 3 40분쯤 였을 것이다.
해변쪽으로 가면 올레 8구간이 나오겠고, 어디가 됐던 그 기점부터 8구간 끝점 대평포구를 향해 걸으면 된다.
이런 길을 걷다가 막히면 돌아가고, 또 모르면 묻고 그러면서 걷는다.
제주올레 1-1 구간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도봉을 지나 우도항에 이르렀을 때 한 올렛길을 달리는 한 아가씨가 표시된 올렛길을 벗어나,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다른 골목으로
가질 않는가. 그래서 그녀를 세우고 그 곳은 올렛길이 아니라고 했것다.
그녀 왈 .... 올렛길이 따로 있나요. 모든 길이 다 올레지요.
맞다! 제주도 모든 길이 올렛길이다.
사람이 다니는 작은 길이나 골목길은 모두 올렛길이니 내 찾아가는 이 길도 올렛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제주 ICC건물을 지나고
비로소 올렛길 표지에 이르렀다(주상절리)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가 보이고
올렛길에의 시에스 호텔
중문해수욕장을 발 벗고 걷기도 하고
이런 자연 터널도 통과하기도 하고
한라산도 우러러 본다
서귀포 앞바다 범섬도 조망하고
마라도 가파도 송악산도 보면서
황혼을 걷는다
서울에서 왔다는 네 명의 올렛꾼
표선에 집을 둔 그네들은 숙소 걱정은 없었다
대평포구에 이르면
택시를 잡아 그네들 차가 있는 월평포구로 가서
저녁들고 사우나 하고 숙소로 간다
그리고 내일은 아마 자기차로
대평포구에 나타날 것이다
5시 50분 넘어 여기 8구간 끝점 대평포구에 도착한다.
저녁을 이곳 대평포구 있는 대평회센터에서
올렛꾼을 위한 특별메뉴 5000원짜리로 저녁을 때운다
........
........
숙소를 찾기위해 나왔다.
한 500m쯤 왔는데 옆지기가 모자를 놓고 왔다.
내가 가서 갖고 와야 하는데
썩 내키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가야지 했다
마눌이 전화한다 있단다
그 여주인이 갖고 오겠단단다
이것은 안 된다 싶어 내가 달려갔었다
대평회센터에 가니
그녀는 없었다
남자가 있어 이야기하니
차 갖고 떠난 지 오래단다
급히 달려 마눌에게 가니 혼자만 달랑 서있다.
얼마 후 차가 왔고
버스 승강장까지 갔다가 왔다 한다.
제주도 사람의 친절은 도처에서 발견했다
성산포에서 모슬포에서도
..............
버스를 대평리에서 타고 중문으로 올 때의 일
버스는 있는데 불이 켜 있지 않았었다
다가 가니 차에서 기사님이 나왔었다
출발 10분 전이라서란다
출발 1분 전에야 불을 밝힌다
에너지 절약의 전형이다
뭍에서는 거의 못 보던 일 같다
출발하기 전 한 분이 더 탔다
중문까지 손님은 셋
화원에 산단다
한 손님 어제 백록담 다녀왔단다.
기사와 손님은 선후배 사이로 기사가 형이다
죽는 줄 알았다고 엄살이다
마누라가 가소로웠던지 제 자랑이다
어제 한라산과 오늘은 윗세오름에 올렛길 8구간
.......
.......
그가 자기집에서 꽁짜로 재워주겠단다.
부인과 단둘이서 큰집에 산단다
평생 남을 공짜로 재워주기는 처음이라며
한라봉을 2000여평 농사한단다.
내가 넌즈시 교통이 어려워서 하며 핑계댔고
마누라도 샤워니 뭐니 하며 사양했다
기사는 경찰을 명퇴하고 운전을 한단다
기사님이 보장할 테니.....
우리가 그네들을 의심하는 걸로 생각한다.
중문우체국에 내릴 때
그 남자는 서운한 듯했다
제주도 민심은 이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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