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상가에서 연기와의 대화

양각산 2009. 11. 22. 21:46

 

 2009년 11월 20일, 금산의 한 상가에 갔었다.

그 날 연기(옛날엔 영기였음)를 만났었다. 대화 중에 그의 사람됨에 감탄되어 그 내용들을 여기에 적는다.

그는 나보다 둘이 위다.

 

  그의 부인이 건강검진 안 한다고 성화인가 보다.

나도 건강검진 받는 것 정말 싫어한다. 썅! 피만 빼가고, 그 때 아프고, 결과는 항상 뻔하다.

 영기 왈, 내가 아프면 병원에 가지, 안 가겠나? 그런데 아무렇지 않은 내가 왜 병원엘 가? 배고프면 밥을 먹으면 되고, 졸리면 자면

되는데, 왜 그리도 서둘러. 삶은 몸에서 자연히 메세지가 오는데 왜들 그리 서둘르는지? 그 필에 따라 움직이면 돼.

 그의 인생은 기구했다. 7살 때 어머니를 여의였고 이사를 수없이 했단다.

오리지널 머슴 생활도 했을 정도로 온갖 일을 다 해봤고, 전국을 아니 가 본데 없을 정도였단다.

 월남에 맹호부대로 갔었고 거기서 훈장도 타 왔단다.

대통령 표창 등 표창장이 방벽에 칠갑했을 정도로 빽빽한가 보다. 남을 위한 봉사활동이나 사회활동으로 받은 것들인가 보다.

그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그렇게 어렵게 살았더라도 옷은 항상 정갈하게 입어왔단다. 누가 빨아준게 아니고 스스로 빨아 입었단다.

잔치 집에나 상가를 갈 때는 항상 정장을 차려입고 잠바때기나 걸치고 나서는 법이 없었단다. 점퍼가 양복보다 갑절 더 비싸지만 절대로

그런 법은 없었단다.

 밥 같은 것도 웬만하면 자기가 몸소 해 먹으며 남에게 아려움을 끼치지 않아 왔단다. 

지금도 그런가 보다. 밥이나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것이란 고정관념에서 해방됐다는 듯싶다. 물론 부인이 건강하게 있을 때는 그렇지 않고

병 중이거나 힘들어 할 때, 바쁘거나 개인적으로 일이 있을 적에는  자기가 부엌일과 설거지에 나선단다.

 술은 두주불사다. 술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로부터 배웠다는데 처음엔 머리가 빠개질 정도로 아팠었지만 그 단계를 지나고서는 아무리

마셔도 그 증상이 없어졌단다. 내가 겪은 바로도 그는 술을 무지 마시고도 자세가 흐트러졌던 것을 거의 기억 못한다.

 제아무리 낮은 사람과 대화를 하더라도 하대말은 안 한단다. 때문에 자기도 하대를 당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또 아무리 높은이와 만나 이야기하더라도 주눅든 일도 없었단다. 결코 그들에게는 당당하였으면 했지 저자세는 취하지 않았다는 듯했다.

 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의 아버지는 후처를 여섯(혹 여덟이라고 들었는지도 모른다)이나 들였었나 보다. 그랬어도 아버지나 그

작은어머니에게 반감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단다. 오히려 방 청소까지 그가 했을 정도였었단다. 옷도 자기가 빨 정도였었나 보다.

 

 그는 아이들에게나 노인들에게나, 여자이거나 남자이거나 간에 대접을 그에 맞게  해 주고 또한 그만큼 대접을 받는가 보다.

모든 이가 좋아하는 형의 사람이다 싶다.

 결국 그는 누구에게나 친하다고 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여자이든 남자이든, 남녀노소, 모든 이들이 연기를 좋아하는가 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벽진 이씨인데 그 쪽에도 자부심도 대단하다. 자기네의 머리 좋음, 콧날이 오뚝함, 서체가 반듯함 등........

그래도 그가 밉지 않으니, 왜일까? 그의 깍듯한 언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향기나는 사람, 나는 그 영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