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노무현 대통령 죽음과 김광석(퍼옴)

양각산 2009. 5. 27. 12:12

 

 

가슴이 먹먹하기만 해서 근 며칠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처음 노무현 대통령의 사망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헛소문이라고 생각했고, 

잠시 후, 사실임으로 밝혀졌을 때 순간 다리가 풀리면서 멍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몇시간 지난 후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 머리 속에는 단 두가지 문장만이 계속 맴돌 뿐이었다. 

' 해도 너무 하는 구나... " 

"어디 두고보자... 두고보자...."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계속 이어지는 조문행렬... 

나도 조문하러 가야하는 것일까? 그러기에는 생업이 너무 바쁘다.... 아니 그곳에 가서

계속 줄을 서 있을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핑계거리 찾기가 바빴다.

 그리고서는 며칠을 그렇게 계속 보냈다. 

오늘 비로서 나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왜 저리 많은 사람들이 다들 비슷한 마음으로

저렇게 노무현 대통령을 애도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니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노무현 대통령은 또 다른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찢어지도록 가난한 집안에서 대학도 가보지 못한 그저그런 하류층 집안 출신... 

오로지 좋은 머리 하나로 신분상승의 기회를 잡았지만 귀족들의 세계를 스스로 박차고 나온 머리 나쁜 인간. 

판사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한 일이 기껏해야 자신과 같은 천민 무지랭이를 위한 인권변호사. 

오로지 정도만을 걷겠다며 편한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수구 세력과 타협하지 않으며

국회로 입성....

 

드디어는 그의 진정성을 알게된 국민들의 자각으로 대통령까지 된 바보... 

그냥 거기서 적당히 지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신문, 한나랑당, 재벌 들과 싸우면

혼자서 코피 터지게 난타 당하다 결국 많은 것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욕만 먹고 내려온 멍청이. 

내려와서도 자신을 괴롭히는 수구세력에 대항하지 못하고 조그만 부끄러움에 견디지 못한채 산화해버린

나의 대통령....

 

그의 궤적은 대통령이 되기전까지 태어날때부터 이 나라의귀족으로 태어나지 못한 극히 평범한 양심적인 소시민들과 똑같다.

이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민들의 바로 평범한 모습을 투영한 이가 바로 그였다.

교과서대로 배우고 교과서대로 살아가고자 했던... 그 안에 우리는 자신을 대신해서 이 나라에도

원칙이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랬던 노무현 대통령이었기에 우리는 이다지도 슬픈것이다.

 

내가 죽어버리면 이렇게 되는 것일까?

마치 나의 시체를 보고 있는 듯한 나의 죽음을 보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이야 말로

왜 우리가 이토록 분노하는지를 왜 이토록 슬퍼하는지를 저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바로 나이기 때문에 이토록 슬픈 것이다. 

그와 내가 다른 점은 단 한가지... 용기.... 

그는 나와 같은 배경으로 태어났지만... 

내가 기존 사회와 타협하며 침묵을 지켰을 때 그는 원칙을 지키려 했고, 

내가 정치에 실망하고 무관심으로 포기했을 때 그는  명패를 집어던지며 분노했고, 

내가 노무현의 무능함을 비판했을 때 그는 국민에게 미안해하며 부끄러워했다.

 

나는 현실을 개혁하지 못하고 말만 떠드는 겁쟁이었고

그는 온 몸을 던지며 원칙을 지키려 했던 용기있는 바보였다. 

나에게는 결국 용기가 없었고 그에게는 용기와 진정성이 있었다.

그는 내가 그토록 되기를 바랬던 마음속의 내 모습이었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쓰지 않는다. 그는 내게 있어 유일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과거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결코 모를 것이다. 왜 저리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지....

기껏해야 어떻게 물타기를 할까 고민하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 노무현 대통령을 잊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시간은 지나고 기억은 잊혀지지만...  한은 가슴에 남는 것이다.

 

 

갑자기 나보다 먼저간 광석이 형의 노래가 떠오른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난 나이를 이미 넘겨버린 내게 그는 또 다른 바보이다.

아마도 세상은 양심으로 투명한 이를 오래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가 보다.

오늘은 광석이 형의 노래나 들으면서 이 먹먹한 가슴을 달래야 할 것 같다.

 

<서른 즈음에>  고 김광석 노래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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