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지.
와룡휴양림에 4시까지 내리랬는데, 삿갓봉에 이르니 2시 6분이었다. 그냥 내리기가 아쉽다. 10여 분을, 쉬며 조망하며 남은 행동식을 먹으며 시간만 죽인다.
경상도 말을 쓰는 산꾼 한 떼가 드리닥친다. 선각산 덕태산 시루봉을 환종주한단다.
그들 한 사람에게 물었다. 시루봉까지 얼마 걸리느냐고를 ...... 1시간 걸린단다. 신광재에서 중리마을까지는 40분 걸린단다.
우리 일행 한 분이 그 때 마침 온다. 그는 좀 전까지 계속해서 나를 사진을 찍어준 분이다. 지금 몇 시냐고 물으니, 2시 20분 쯤이랬다.
퍼뜩 생각하니 어쩌면 네 시까지 댈 수 있을 듯싶다. 그리고, 냅다 내달았다. .........
홍두깨재를 지나 시루봉을 향해 오른다. 마음이 급박하다. 오른쪽으로 탈출할까도 생각해 본다.
눈이 제법 깊다. 더 오른다. 시루봉 9부 능선쯤일 듯싶다. 핸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3시 20분!
안 되겠다 싶어, 오른쪽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눈을 피해 눈 없는 곳을 돌아 가자면 시간이 어림 없다.
쌓인 눈이 허벅지까지 들어간다. 그 때 스패치도 안 찼었다. 장갑도 배낭 속에 있고, ..........
언제 : 2013. 2. 2. 토요일
누구랑 : 청솔산악회 따라 홀로
산행일지 : 시민회관 뒤(07:40)-대전IC-덕유산휴게소(08:50)-장수IC-
자고개(09:45)-합미성(10:05)-팔공산(11:07~14)-데미샘 갈림길-
깃대봉(천상데미, 12:50)-오계치(13:20)-정자 전망대(13:50)-
삿갓봉(14:06~20)-홍두깨재-시루봉 9부 능선(13:20)-오른쪽 계곡-
절(15:58)-임도-신광재 하산길 합류 임도-마을-
와룡산 진입도로 와룡2교(신광재 임도 시작점, 14:14~14:30)-
.....장수IC-덕유산휴게소-대전IC(18:00) ......
덕유산휴게소에서
팔공산에서
서구이재
바람따라님(위 사진)이 찍어 보낸 사진
깃대봉
오계치(재)
정짱님 사진
홍두깨재
시루봉
신광재 오름길(왼쪽 비포장길)
내 내린 눈길을 누가 봤을까?
뭐가 내린 길로 생각할까?
하도 깊게 빠져, 허벅지가 안 빠진다! 정말 몸부림쳐 뺐으니, 그게 발자국으로 보일까?
때로는 무릎으으로도 기어 봤었다. 소용 없었다.
헤엄치듯 미그럼 타듯해도 몸이 눈 속으로 빠진다. 앞이 캄캄해졌다. 이제 산악회에 어떻게 해야할까가 문제다. 먼저 가라고 해야 하나? ......
온 몸에는 땀이 흥건하였다.
일단 스패치는 차야겠다 싶었다. 장갑은 안 꼈다.
탁자보다도 더 큰 바윗덩어리가 오히려 편했다. 덜 빠지기에다. 어쩌다 바윗사이를 딛다보면은 더 깊은 데도 있다.
히말라야 등반에서 계곡과 계곡 사이의 큰 구렁으로 빠져 사고를 당하는 이미지가 퍼뜩 나타나기도 했었다.
가시나무 덩굴 숲이 오히려 편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절망이지만, 내 하는 짓에 실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이왕 저질러진 것 즐기자 싶었다.
그러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만, ......
배낭을 멘 채 뒹굴어도 내려 보았다. 배낭채로 뒤집어빠져,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허우적대기도 했었다. 그 흔적은 뭐처럼 나타났을까?!
몇 번은 재미도 있었다. 아무도 없기에 망정이지, 누가 봤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내가 생각해도 웃긴다.
따라서 마음도 편해 졌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람 발자국이 여러 개인 길이 나타났었다. 길이래야 여전한 눈길이지만 절망이 기쁨으로 변했었다.
그 때부터 달리듯 걸었고, 얼마지 않아 山家인가 암자인가한 인가가 나타났었다. 암자였엇다. 여자가 부엌에서 불을 지펴 내 냄새가 감미로웠다.
그 여자가 중이었는지는 생각이 안 났고, 그 험한 길을 어떻게 내렸냐고 우려했던 내용만 기억난다.
얼마를 내려야 합니까 하니, 한참 내려가야 한다. 한참이라니요? 마음만 바빴었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네 시 1분전이었다.
필례님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걸음은 걸으면서. 산꾼들은 아직 다 내리지는 않았다 했었다. 그제서야 안도감에 젖는다.
그 험한 눈길을 30분 간 내렸었구나. 그 눈길을 내리면서 사진 한 장 못 찍은 게, 그제서야 아쉬었었다.
절(암자)부터는 포장길로 식은 죽 먹기다. 개울을 두엇 건넜었는데 장마 뒤처럼 물이 많이 흘렀었다.
사방 댐을 지나고 왼편에서 내리는 비포장 임도와 합류되는 데서, 그 길을 가늠해 본다. 신광재에서 내리는 길이구나 싶었다.
작년에 봉고트럭 타고 신광재를 오르던 생각이 엇그제 같았다.
와룡2교가 있는 도로에 내리니 4시 14분이다! 그들은 이미 왔지만 아직 안 왔다. 나보다 1KM이상 위인 와룡휴양림에 있으니 ㅎㅎㅎㅎㅎ
4시 30분에서야 버스가 왔었다.
미안함과 나름의 자부심이 섞인 표정으로 버스에 오르니, ........ 필례님이 웃으며 소리 안 나는 박수로 나를 맞이한다.
앞으로는 이런 무모한 짓은 절대 안 해야지!
무식한 사람은 용감했었다. 집식구에게도 우리 애들에게도 절대 말할 수 없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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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대봉 오름 길에서 만나 삿갓봉까지 함께했던 '바람따라'님
그 때까지 닉도 모르고 친절함만 받았었다.
내가 사진을 찍어달래도 안했는데, 좋은 곳곳에서 포즈를 취하게 했었다. 그 '바람따라'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그 사진을 올려 기념하련다.
* 사족 : 독사진을 너무 크게 올려 송구하나, 보내준 사진 크기로밖에 올릴 수없기에 그냥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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